서로의 행복을 존중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인터리엔’이라는 데가 있다. 인터리엔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공동체에 소속돼 위대한 선생님과 스승으로부터 ‘서로 돕고 결국에는 함께 행복해야 하는 기쁜 사명’을 배운다. 이 얼마나 착한 공동체인가.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선한 존재인지 모른다. 정확히는 선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나 할까. 선과 비교할 다른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악의 회고록 네오 픽션 ON시리즈-19김·영진 저 네오 픽션 일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소설인 “악의 회고록”은 주인공인 마르스가 스스로는 남과는 다르다는 자각에서 시작된다.그는 8살 때 친구의 펜을 훔친다(인텔 리엔의 기준에서는 “도둑질”이라는 것이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펜을 몰래 가져갔다고 서술된다.10살 정도는 스스로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자신에게 일어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할아버지에 털어놓는다.할아버지는 어떤 생각을 해도 지나치게 반응하지 못했으므로, 홀가분한 마음에서 밝힐 수 있는 상대였다.우리의 인터넷 리엔의 사람들은 존중을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누구도 예외 없는 것 같다.친구들은 마ー루스 군이 가위를 낸다는 사실을 무조건 믿었을 것이다.그러지 않는 방법을 처음부터 모르니까.서로를 무한으로 존중하는 방식은 모든 의견을 간직할 수 있도록 하되 동시에 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진전을 원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갖는다고 한다.-p19마르스는 존경을 담아 할아버지를 노인이라 부르지만 그는 주인공의 독특한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인공을 무조건 지지하고 격려한다. 노인 역시 인터리엔인이니 당연한 것일까. 주인공은 노인의 말을 완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일시적인 마음의 안정과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주로 배가 고플 때, 피곤할 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을 때, 가슴 속에 이상한 울컥함을 느꼈다. 그것은 감사함이나 미안함과 같은 감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답답함에 가슴이 막혔다. 딱딱하고 끈적끈적한 무언가가 식도와 심장 사이쯤 되는 어딘가를 막고 있는 느낌이었다. 심할 때는 뭔가를 때려 눕히고 싶다거나 한바탕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이 기분들을 어떻게든 표현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했어. – p24나는 이 시점에서 문득 부모로서 내 자식의 성장 과정을 상기하게 됐다.선악이란 사회의 약속을 아직 모르는 존재에 어떤 행동은 삼가야 하며 어떤 행동은 칭찬 받을 일인지 설명한 것이니 내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할 수 없는 아이 때문에 함께 고민하면서 아이들 눈높이에서 표현할 방법을 가르친 점이다.”한바탕 큰소리도 외치고 싶은 기분”은 아이도 매번 토로한 기분이었다.5살 때의 육아 일기에는 “엄마 친구의 A가 밥을 먹을 때 자꾸 장난하고 떠들어 방해하고 지구가 깨지듯 외치고 싶었어요”라고 기록되고 있다.나는 아이에게 “밤톨 군은 친구들의 행동 때문에 화났구나”나 “짜증 났구나”라고 표현하면서 기분을 살피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말을 잇기도 했다.아마 책 속의 인터넷 리엔은 “짜증”나 “분노” 같은 개념이 없었을지도 모른다.관찰에 따르면 악이라는 것은 하나의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았다.거짓말을 예로 들면 거짓말을 마음씨는 나쁘다”의지”이다, 거짓말 자체는 나쁜 “행위”이며, 그때 느끼는 불편함은 나쁜 “감정”이다.특히 나에게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감정이었다.-p40마르스는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생각하며 주위를 관찰하면서 생각을 정립한다.거짓말이라는 행동으로 그가 어려운 정의를 내린 상태는 인터넷 리엔에 속하지 않은 나는 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거짓말을 할 때의 죄책감과 불쾌한 기분 나 역시 그 불쾌한 “감정”에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다만 주인공처럼 깊이 생각한 적이 없었다만.자신의 생각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고독을 느끼지만 우리가 “외로움”라고 부르는 그런 기분을 모르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눈물이란 기쁠 때 흘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온 인터넷 리엔에 “외로움”이나 “고독”,”슬픔” 같은 감정이 존재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결국 그의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던 뭔가가 절규하는 “비명”로서 발화하고, 주인공은 자신의 이런 차이를 “악”으로 규정하고 그에 대해서 더욱 탐구하기 시작한다.친구의 에스토우스는 마르스의 옆에서 그의 탐구의 실험 상대이다.주인공의 악을 영문도 모른 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물들어 가는 존재이다.에스토우스은 마루스와 나눈 “악”에 대한 담론과 그의 “사고 체계”를 확립한 내용을 바탕으로 “악의 기쁨”을 출판하면서 마루스의 악을 세상에 넓히다.그들은 이미 서로를 의심하고 이익을 추적할 수 있고 자신 때문에 타인을 희생할 수 있게 됐다.조금 있으면 약해지고 무지한 사람들은 이제 남지 않을 것이다.그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다.그것이 악의 섭리니까.-p143’넘치도록 내버려둔 악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었는지 깨닫게 되는 마르스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에투스를 떠올리며 이 책의 제목인 ‘악의 회고록’을 쓰기 시작한다. 에투스에 대한 고해성사이자 속죄인 이야기로서. 나는 개인적으로 성선설보다는 성악설을 지지하는 편이다. 공동체에서 작은 불씨가 얼마나 크게 번지는지를 많이 겪어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안테리엔에서도 처음엔 작은 불씨였던 마르스만의 행동이 어느새 화마가 돼 ‘우리’를 위해 했던 사람들이 개인의 이기심만 쫓게 돼버리면서 공동체는 와해되고 만다.선이 무엇인지, 그 반대가 있는 것은 무조건 악인지 등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수작이다. 미지의 안텔리엔 이야기지만 읽는 이들은 ‘개인’만 중요하고, ‘공정’이 무너진 것 같은 우리 이야기임을 안다. 내 아이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라 청소년 추천 도서라고 써볼게. 책 친구들과는 독서토론을 해보자.『악의 회고록』의 저자인 김영진 출판 네오픽션 발매 2024.02.20.#악의회고록 #김용진 #네오픽션 #책리뷰 #도서리뷰 #소설리뷰 #국내소설추천 #신간도서 #청소년추천도서#청소년도서추천#한국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