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끝날 무렵 월요일 음악회 전 성리단길에서 저녁을 먹고 가려고 아내와 길을 나섰다. 가고 싶었던 식당 2곳은 전화를 받지 않거나 이미 줄이 너무 길다고 해서 가서 적당한 곳을 찾아서 들어가기로.
날씨가 너무 좋아서 사람들이 많이 나왔어. 모두들 천천히 어슬렁어슬렁 걷고 사이좋게 정담을 나누며 걷고 있다. 어른도 아이도 강아지도 모두 행복한 얼굴이다.
처음 지어졌을 때는 바퀴벌레 꼬리 같다고 놀렸는데 자꾸 보면 정도 있고 예뻐 보인다.
여기로 들어갈까요?좋아~ 아내가 이끄는 대로 들어오느라 외관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어. 뜻을 몰라도 어감이 나쁘지 않은데 자연, 시간, 진심이라는 말을 듣고 참 좋은 이름을 지었네 감탄이 절로 나왔다.
메뉴도 예쁘고 좋네. 아내는 히레카츠와 치즈카츠가 들어간 반반을, 나는 카츠카레를 주문했다.
작은 소품도 적당하고
창가 자리에는 자잘한 피규어들.
숟가락에도 이름을 새겼네.
따라나오는 국물은 질긴 고기 된장국.왼쪽 소스는 매실향이 강해.
와이프 반반 돈까스. 사실 이런 종류의 돈까스를 많이 먹어본 적이 없어. 잘한다는 집은 대개 줄이 길거나 예약을 해야 했고, 그렇지 않은 집들은 실망해서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됐다. 대신 옛날 경양식집 스타일은 가끔 먹는다. 경험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정말 맛있다고 느꼈어. 안심할 수 있는 것처럼 저항 없이 폭신폭신 촉촉하게 썰려 씹히는 맛이 매력적이었고 치즈까스는 쫄깃쫄깃하게 흐르는 듯 고소하고 고소한 향이 일품이었다. 원래 음식에 치즈 넣는 걸 싫어하는 편인데 마음을 열고 먹으니까 꽤 괜찮더라.
두껍게 썬 등심 돈까스.씹는 기분이 너무 좋은데
고기도 고기지만 카레가 너무 마음에 들어. 향신료를 든든히 넣어 만든 정통 카레이다. 카레를 만들 때면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내 입에 강황이 강렬하게 이끄는 맛이 아닐까 추측한다. 어른스럽다고 할까 진지하다고 할까.뜻밖에 만난 맛있는 음식이 고맙다.그럼 음악회를 보러 갑시다.숙명여대 음악대학 정기연주회.지휘자 김경희 교수의 은퇴를 앞둔 마지막 음악회라고 한다. 롯데콘서트홀은 예쁘기도 하지만 음향이 뛰어나 항상 안심하고 방문하는 곳이다.대학생들의 풋풋하고 열정이 넘치는 음악회가 정말 좋았다. 재학생이 작곡한 작품이 훌륭해 감탄했고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관대하게 표현하는 것에 놀랐다.평생 음악가로 교육자로 살아온 지휘자의 위엄도 정말 감동적이었고.앙코르는 매우 뜨겁게 맘보를 선사했다. 감동적인 밤의 기록